당신은 주위를 돌아본다. 하얀색밖에 없다.
갑자기, 색이 보인다. 당신은 색을 처음 본다는 것을 깨닫는다. 갈색이다. 본능적으로, 당신은 그 색을 안다. 점토 흙의 진한 적갈색이다. 카펫처럼 당신 아래로 펼쳐진다. 당신이 본 것 중 가장 아름답다. 영원히라도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갑자기, 또 다른 색이 눈에 들어온다. 파란색이다. 당신 어머니가 가진 눈의 아름다운 파란색이다(당신은 어머니를 본 적이 없다). 마치 당신 위에 방수포를 매달은 것처럼, 갈색 위로 퍼져나간다. 약간의 흰색이 작은 조각과 소용돌이의 형태로 남아있다. 당신은 숨을 참는다(이제서야 당신이 숨을 쉬고 있었다는 것과, 숨을 쉬어본 적이 있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 다른 색, 녹색은 갈색 아래에서 작은 가시로 돋아나고 있다. 풀이야, 누군가가 당신에게 말한다. 잿빛의 갈색이 기둥처럼 솟아 오르고, 파란색 쪽으로 뻗은 가지들에서 짙은 녹색의 삽 모양 조각들이 나온다.
선명한 밝은 노란색 공이 파란색에서 나타난다. 당신은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낀다. 발 아래의 시원한 초록색과 대비되는 느낌이다. 태양과 풀. 이렇게 부르는 게 맞다. 그러나 당신은 왜인지 모른다.
더 많은 색. 밝은 빨간색과 노란색이 작은 초록색 가지에서 솟아 오르거나 연약한 날개로 당신 주위를 떠다닌다. 당신의 오랜 친구의 부드러운 노란색이 옆에 앉더니, 꼬리를 치켜세우고, 분홍색 혀를 늘어뜨려 공기를 맛본다.
당신은 보지 않고도 당신 또한 고유한 색을 갖고 있다는 걸 안다. 어두운 갈색 피부와 검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흰색 눈. 초록색 드레스.
오랫동안, 마치 그림처럼, 모든 것이 멈춰선다. 그 다음, 당신은 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 나비들이 팔랑이고, 풀들이 물결치고, 개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낑낑거린다. 당신은 그 순간에 들어선다. 그리고 당신은, 이 장면의 태초인, 순수한 흰색을 잊게 된다. 당신은 그 순간과,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순간들을(일어난 적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다가올 순간들에 대한 희망만을 기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