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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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채집사 도제다. 그리고 당신은 이 날을 몇 년이나 기다려왔다.

이른 아침의 고산에서, 당신은 사마귀 귀족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짓고 단장해준 명성 높은 학생산장에 앉아 있다. 당신의 앞에는 고급 쌀종이 두 조각이 놓여 있는데, 하나는 꽤 커서 책상을 거의 덮고 있고, 다른 하나는 그에 비하면 좀 작고 얇다. 하나는 연습용이고, 하나는 선택된 언령용임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방을 둘러본 당신의 눈에 추위로 떨고 있는 동료 도제들이 들어온다. (당신의 동기들 중 몇 명은 사막에서 왔다. 지식을 추구하여 참 멀리도 왔군!) 방의 가장자리, 책상마다 한 개씩 결정으로 등갓을 씌운 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추위에 떠는 도제들은 등불 주위에 모여들고 있다.

이 등불들은 채집사 장인(長人)들이 사마귀 씨족들에게 선물로 준 것이라고 전해진다. 장인들은 일찍이 사마귀 씨족의 영토를 돌아다며 마도구와 주문의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신화적 잡동사니들을 찾아다닐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눈 덮인 봉우리에 들어간 채집사들 중, 가장 숙련된 이들만이 설산이 베푸는 상을 허락받는다. 그들의 후원자인 사마귀 씨족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채집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고작해야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결정이나 주워오라는 할당량 뿐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눈더미 속에서 길을 잃거나, 혹은 쓸모없는 돌멩이만 주워올 터이니.

당신은 등불을 다시 바라본다. 우아하게 조각된 소나무가 위로 올라가는 와선형을 이루는 경탄스러운 물건이다. 그 정수리는 욱일광 또는 어떤 꽃의 형상을 했으며, 색깔 있는 결정들로 장식되어 있다. 당신은 그 결정들의 이름을 모르지만, 당신 같은 채집사들이 모아온 것임에 틀림이 없음은 안다.

거기 생각이 미친 당신은 스스로에게 되새긴다. 정확히 말하면 당신은 채집사가 아니다… 아직은. 하지만 곧 될 것이다. 당신은 등의 수정들 위로 손을 가져다 댄다. 등의 꼭대기가 대략 눈높이에 있다. 청색조의 결정들에 손을 가까이 하자 희미하게 맥동하면서 빛이 조금 밝아진다. 적색조 의 보석들로 손을 옮기자, 발산되는 온기가 약간 줄어든다. 당신은 미소짓는다. 어쩌면 언젠가 당신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낼 정도의 솜씨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의 깃털, 묵직한 사막인의 로브, 화(花)술사의 날개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열두 명의 학생 모두 의자를 돌려 오랫동안 기다린 대단하신 손님이 뉘신지 살핀다. 당신은 다소의 놀라움을 담아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는 자그마한 사마귀족 여자로, 더듬이가 짝짝이이고, 손에는 굳은살이 박혔다. 넉넉한 소매 속에 숨은 채로 살짝 보이는 그녀의 팔-낫은 닳은 데가 있다. 그녀는 예전에 전사였음에 틀림없다.

당신은 다시 살펴보고, 그녀의 얼굴은 분칠한 흰색이지만, 뒷목의 갑각은 붉은색임을 눈치챈다. 귀족-영애 전사라, 당신은 정신을 가다듬는다. 당신이 알기로, 이 강습을 주최하는 것은 사마귀족 궁정이며, 사마귀 귀족들은 거의 모두 껍질에 붉은 데가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스승 되실 분은 씨족 소유의 수색장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며, 채집한 것들의 효능을 시험할 수단도 있다는 것을 당신은 깨닫는다. 당신은 골똘히 그녀가 설명하는 오늘의 과업을 듣는다. 그 과업은 언령(言靈, Words of Power)을 결정하는 것이다. 채집사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개방해주는 문장을 찾아내고, 또한 야망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자신의 이름과 함께 속삭일 말을 찾아내서 역사에 드높은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언령이 결정되면, 도제는 자신이 직접 만든 주장(拄杖, staff)에 언령을 사용해 힘을 채울 것이다. 오늘 이 산장에 앉아 있는 복사들은 채집사 경력 최초의 중요 공예품인 주장을 제작하는 데 지난 한 달을 보냈다. 주장은 그들의 여정을 함께할 동반자이며, 그들이 자격 있는 채집사임을 증명해 줄 표장이다. (그리고 또한 당연하게도, 그것들이 세계와 주인 양측에 얼마나 밀접하게 조율되어 있는지 미루어 볼 때, 그것들은 실존하는 가장 강력한 마도구에 속한다)

당신이 주장을 만드는 시행착오와 고생의 과정을 떠올리고 있을 때, 사마귀 대부인은 학생들에게 등을 돌리고 여러 장의 족자를 펼쳐 설치한다. 족자들을 슬쩍 훑어보니, 시(詩)의 파편들, 경건한 선언문들 같은 언령들이다. 당신은 지난 한 달 동안 했던 일을 되새겨 본다.

일단 베이스를 찾기 위해 첫 번째 숲에서 일곱 번째 숲까지 돌았다. (반[半]골렘-반[半]골리앗 동기가 주장의 자루로 전통적인 나무가 아닌 암흑광[鑛]금속을 사용하기를 고집했던 것이 떠오르자 당신은 조용히 낄낄댄다. 그 동기는 주장의 보안 문제에 관해서도 불이나 냉기나 벌떼 같은 보호 주문을 걸지 않고, 자기 말고 아무도 들어올릴 수 없는 무거운 주장을 만들면 된다고 주장했다) 당신과 동기들은 치솟은 나무 수관(樹冠)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었지만, 골렘-골리앗 친구가 발을 굴러 길을 뚫자 모두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망자의 골짜기였다. 전투에서 쓰러진 이들의 뼈에 사악한 영들이 깃들어 산다는 곳이었다. 몇몇 동기들은 박무로 뒤덮인 가운데 바위딱정벌레들의 집이 되어가던, 오랫동안 잊혀진 병사들의 손아귀에서 보석과 운석(雲石, cloudstone)을 캐낼 수 있을 정도로 용감했다. 당신은 당신의 앞자리에 앉은 수리족 형제를 잠깐 바라본다. 예상컨대 이 형제는 서로의 언령을 보완해주면서도 각자의 개성도 유도할 수 있는 한 쌍의 언령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들은 어딜 가든 함께 다녔고, 몇 주 전에도 그 골짜기에 가는 것을 함께 거절했다. 그들은 모친을 공중전에서 잃은 과거로 인하여, 전쟁에서 죽은 망자의 결정을 주장에 사용하면 사용자의 조율능력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다음은 화산 해변이었다. 검은 모래로 뒤덮인 해안에서 화화(火花)를 비롯한 온갖 마술식물들을 뽑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동기들 중 두 명이 이 모든 시험을 마친 뒤 함께 길을 가겠노라 결정했다. 즉 달이 세 번 돌아오기 전에 결혼할 예정인 것이다. 당신의 장인(長人)은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채집사들의 가장 큰 불행은 “혼자 여행하느라 영혼이 마멸되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면 좋고,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면 가장 좋다.” 어떻게 이야기가 새나갔는지, 후원해 주는 사마귀 귀족들이 아직 도제에 지나지 않는 두 사람에게 냉큼 편지와 명함과 토큰들을 보내오며 미리 결혼을 축하했던 것이 기억난다. 부부 채집사는 희귀하다. 그리고 솜씨와 금슬이 모두 좋은 부부는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문에 필요한 난해한 시약을 만들 가망이 있다고 한다.

당신의 정신이 현재로 돌아온다. 주장 제작의 마지막 시행착오는 지금 앉아있는 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끝났다. 천둥의 원소정령들이 사는 남쪽 산맥에서 주장에 마지막 보호주문을 받아온 것이다. 해변에서 약혼한 커플이, 필요할 경우 서로의 마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며 가장 높은 절벽까지 올라갔던 것이 떠오른다. 이런 신뢰에 감동한 원소정령들은 그들에게 한 쪽이 번창하는 한, 다른 쪽도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는 추가적인 수호를 부여해 주었다.

교실 앞줄에 앉아 온갖 장식문자로 자기 이름들을 써보는 커플을 보면서, 당신은 필기를 하지 않는 손으로 미소를 가린다. 저 둘은 서로의 이름을 언령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어쩌면 저 둘은 조금만 일찍 만났으면 한참 전에 주장을 완성하고 벌써 세상에 발을 내딛었을 수도 있었으리라.

당신은 이 중에 발전이 없는 학생은 자신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앉은 자리에서 눈에 들어오는 다른 도제들의 종이를 슬쩍 훔쳐본다. 큰 종이에 초벌작업을 끝내고, 조심스럽게 작은 종이에 먹물을 파기 시작한 사람은 세 명밖에 없다. 작은 종이에 쓴 글은 주장에 최종적으로 새길 언령의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아직 아무 것도 쓰지 못한 사람이 당신 외에 두 명 더 있다. 그 둘은 아마 채집사의 기본 신조인 “마음은 강하게, 정신은 맑게, 시야는 간절하게, 채집의 종사자”를 사용하겠거니 당신은 추측한다.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저 둘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많은 채집사들이 스스로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세상에 나간다. 언령을 정한 사람은 새 주장을 만들지, 또는 원소정령들에게 지금의 주장을 고쳐달라 할지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다시 동기 도제들의 종이를 본다. 화령(花靈)은 두 단어씩 일곱 쌍의 문장을 완성하고 그것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는 이미 주장에 어떻게 언령을 새겨야 할지 스케치까지 하는 단계다. 골렘-골리앗은 솥뚜껑 같은 암석질 손에 섬세하게 첨필을 쥐고 큰 종이에 온갖 고시(古詩) 구절들을 휘갈겨 쓰고 있다. 몇 년 전 도제과정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그의 손글씨는 어울리지 않게 단정하면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밀조밀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시를 쓰기로 결정한 것 같지만, 어느 구절을 쓸지 아직 확신이 없어 보인다. 수리족 형제는 사려깊게 깃펜으로 서로를 콕 찔러대고 있다.

당신은 자기 종이를 들여다본다. 두 장 다 백지다. 하지만 당신의 정신은 가득하다. 그것이 문제다.

당신은 붓을 들고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당신은 채집사 도제다. 오늘 당신은 자신이 누구인지 주장할 것이며, 내일부터 자신의 운명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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